네덜란드 영화 블라인드(2007)
이 영화를 본 날 그 여운에 쉽사리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너무나 가슴 떨리는 아름다운 영화. 영화의 배경이 주로 추운 겨울, 하얀 눈이 많은데 사랑하는 연인의 사랑, 차가움 속 따뜻한 순백미를 의미하는 것인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블라인드(2007)
-줄거리-
하얀 눈으로 뒤덮인 마을 속 거대한 저택, 얼굴 가득 흉터를 지닌 마리는 귀공자 루벤을 돌보기 위해 고용된다. 루벤은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는 그 분풀이로 난폭하게 구는데 그런 그를 위해 그의 엄마는 책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다들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새로 온 낭독자 마리는 첫 만남에서 그를 제압해버린다. 마리는 어린 시절 학대로 얼굴과 온몸에 흉측한 상처들로 남의 시선을 피해 다니는데 자신을 볼 수 없는 루벤에게만은 자신을 드러낸다. 루벤은 <눈의 여왕>을 읽어주는 마리의 목소리와 단호한 행동에 호감을 느끼고 그녀가 아주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며 상상하며 사랑에 빠진다. 마리 역시 이 감정이 사랑임을 깨닫고 마음을 연다. 그러나 새로운 의학기술로 루벤이 시력 회복수술을 받기로 하자, 그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실망할 것이 두려운 마리는 고민 끝에 그를 떠난다. 수술 후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된 루벤은 사라진 마리를 찾게 되는데...
우리에게는 꽤나 낯선 네덜란드 영화이다. 등장인물은 후천적으로 눈이 멀어 성격이 난폭해진 잘생긴 귀공자 '루벤'과 어릴적 학대로 얼굴과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흉측한 몰골의 여자 '마리'이다. 처음에는 서로 티격 대고 갈등이 잦았다. 그러나 책을 통해 그들은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며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마리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추녀다. 그러나 루벤은 그녀와 사랑에 빠지며 그녀가 우아한 목소리만큼 아름다울 것이라며 상상한다. 그런 그를 보며 자신의 외모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마리, 그녀는 자신이 미녀가 아니라는 사실이 슬프다.
자신의 진짜 외모를 보고 그의, 그들의 사랑이 변할 것이 두려운 것일까? 시력회복수술 후 다 볼 수 있게 된 루벤을 뒤로하고 마리는 떠난다. 그리고 떠난 그녀를 찾아 나선 루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 속 그들은 보이지 않아 사랑하게 됐고 보이게 되면서 이별한다.
영화 말미에 마리에 대한 사랑으로 극심한 열병을 겪은 루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이 결말이 너무나 충격적라 그들의 사랑이 더 애절하게 느껴졌다. 더 큰 사랑을 꿈꾸며 받은 회복이 그들에겐 불행의 시작이 되었다.
영화는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의 고통을 참 애처롭게도 담고 있다. 영화 초반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던 하얀 눈속 세상이 마지막에는 그저 꽁꽁 언 겨울을 깨지 못하고 그 속에 갇혀 버린 그들의 모습으로 더더욱 비극적으로 묘사된다. 차가운 잔혹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20대 처음 보고 40대가 되어 다시 보니 이렇듯 여운이 또 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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